공룡이 돼버린 공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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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돼버린 공공노조
  • 공무원타임즈
  • 승인 2011.02.0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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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전기 등 독점적 지위 속 성장…선거 영향력 등 ‘정치 파워’도 막강
긴축 정책 주요 타깃… 개혁 대상 떠올라
공공노조 “정부와의 전쟁” …강력 반발

세계 곳곳에서 정부와 공공노조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적자에 시달린 주요국 정부가 공무원 임금·연금 등에 대한 개혁의 칼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몸집을 불리고 세력을 키운 공공노조는 더 이상 손쉬운 개혁 대상이 아니다. 거대한 공룡이 돼버린 공공노조와 정부의 힘겨운 싸움을 들여다본다.

지난 30년은 노조운동의 쇠퇴기였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체 민간부문 노동자의 노조 가입 비율은 1979년 약 33%였지만 현재는 7%로 떨어졌다. 영국은 44%에서 15%로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로 볼 때 노동자 약 5분의 1만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공공노조는 이런 노조 쇠퇴 경향에 거꾸로 움직였다. 캐나다의 경우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조 가입비율은 1960년 12%였지만 현재 70%에 달한다. 미국은 같은 기간 11%에서 36%로 뛰어올랐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 수는 민간 부문이 공공 부문보다 5배 많지만, 노조원 수는 공공노조(760만명)가 민간노조(710만명)보다 더 많다. 1979년 82%였던 공공노조 가입률이 56%까지 떨어진 영국도 이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노조가 쇠퇴하고 공공노조가 강해지는 현상은 노조운동에 새로운 경향을 가져왔다. 과거 노조를 저학력 ‘블루칼라’가 이끌었다면 요즘 노조는 중산층 이상이 이끈다. 미국 노조원 25%는 대졸자다. 공공 부문은 대부분 고용이 보장되고 실적으로 평가되는 일이 많지 않다. 일은 적게 하고 보수는 많다. 이제 공공 노동자는 자신들이 ‘봉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민간 노동자)보다 더 잘살게 된 시대가 된 것이다.

◆공공노조의 세력 강화

공공노조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으로 성장했다. 가입자 수도 많고 자금도 두둑하다. 교사 노조인 전미교육협회(ANEA)는 회원수가 320만명, 1년 예산이 3억 달러(약 3300억원)가 넘는다. 정치활동도 활발하게 벌이며 영향력도 확대했다. 영국 노동당 에드 밀리밴드 당수는 노조 덕에 당수자리에 앉았다. 미국 공무원을 대표하는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의 앤디 스턴 위원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백악관에 가장 자주 초대된 인사다.

공공노조가 강력하게 성장한 것은 독점적 지위와 서비스 덕분이다. 공공노조는 철도나 전철, 전기 공급을 중단할 힘이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 도시 전체를 마비시킬 수도 있다.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해 선호하는 사람을 선출할 수도 있고, 그 결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상대를 입맛대로 고를 수도 있다. 미 공공노조 분석가인 대니얼 디살보는 1989∼2004년 치러진 미 선거에서 최대 참여자는 전미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 회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공노조는 민간노조보다 협상에서도 유리한 입장이다. 민간노조는 최악의 경우 자신이 몸담은 기업의 파산이나 직장폐쇄 등 최악을 걱정해 몸을 사려야 한다. 하지만 공공노조는 다르다. 국가기관이 파산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증세 등을 통해 공공노조 요구를 쉽사리 수용해 주는 일이 많다.

그 결과 공공노조는 철밥통을 구축했다. 능력이 없더라도 해고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스에서는 업무실적에 근거한 공무원 해고는 불법이 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교사 7명을 해고하기 위해 350만 달러의 비용이 들 정도로 공공노조원 해고가 힘든 작업이다. 미 노동통계국(ABLS)에 따르면 공공 부문 노동자는 민간 부문 노동자보다 평균 약 3분의 1 정도 높은 임금을 받는다. 혜택도 많아졌다. 미 교사들은 연간 180일만 수업하면 된다. 후한 연금제도는 조기 은퇴도 부추긴다.

브라질 공공 노동자는 35년(여성은 30년)간 일하면 은퇴해 현역 임금의 100%를 받는다. 폴란드의 군인과 경찰은 15년만 근무하면 은퇴해 연금을 받는다. 산술적으로 33, 34세 은퇴도 가능하다.

◆공룡이 된 공공노조

힘이 세진 공공노조는 비대하고 둔하게 몸집을 키웠다. 민간 부문은 고용인원 증가가 개별 임금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걱정이 없는 공공노조는 끊임없이 더 많은 자원과 인원 충원을 요구했다. 영국의 1997년 공공 부문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였다. 공공노조가 지원한 노동당이 집권한 뒤 2010년 그 비율은 50%에 육박했고, 100만명이 공공 부문에 추가 고용됐다. 미국도 비슷하다. 캘리포니아 교도소 간수 노조의 활동으로 주 교도소 수는 1980년 12개에서 2000년 33개로 늘었다. 교도관 연봉은 2006년 기본급 7만달러(시간 외 수당 포함 10만달러)에 육박하게 됐다.

주요국 공공노조는 경쟁과 투명성, 탄력적인 임금 등을 배척했다. 그리고 교사 노조가 종종 그 싸움에 앞장섰다. 주당 18시간 수업을 하는 폴란드 교사들은 정부가 수업시간을 늘리자 반대 시위를 벌였다. 브라질과 그리스에서는 교원업무평가에 반대하는 교사들이 거리시위에 나섰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교원노조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학교와 장학제도를 없애기 위한 시도가 잇따랐다. 마리에타 기아나쿠 그리스 교육장관은 교사의 업무책임성을 강화하려다 낙마했다. 미국 워싱턴DC의 교사들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 미셸 위 교육감을 물러나게 하기 위해 시장을 갈아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공공노조의 경직성에 따른 사회비용은 만만치 않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폴리시 익스체인지’는 영국에서는 공공 부문 노동자의 시위와 병가, 조기은퇴 등으로 민간 부문 노동자는 공공 부문 노동자보다 23% 더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 배리 블루스톤에 따르면 미국 공공서비스 요금은 2000∼08년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민간 서비스 요금은 27% 상승에 그쳤다. 미국 교사 가운데 하위 5∼8%만 평균수준의 교사로 교체해도 미국 학생의 수학, 과학 국제 순위가 바닥권에서 최상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스탠퍼드대학 경제학자 에릭 하누세크가 주장했다.

◆공공 노조와의 전쟁

거침없던 공공노조도 사상 최고 도전에 직면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은 주요국 정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스페인, 아일랜드는 공공 부문 임금 삭감 압력을 받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임금동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는 은퇴연령을 58세에서 63세로 상향 조정하고 공무원 해고도 시도한다. 영국은 준정부조직을 3분의 1 정도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공노조도 정부와 전쟁을 선포하며 맞섰다. 프랑스 노조원 수십만명은 이미 지난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은퇴연령을 2년 늦춘 데 항의하며 전국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아일랜드와 그리스에선 수만명의 공공노조원이 정부 긴축재정에 반대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유럽 전역의 노조는 1908년대 이후로 최대 규모 시위를 올해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길지 예단하기 어렵다. 우선 공공노조는 대중의 지지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공공노조원들이 신특권층이라는 인식이 대중에 퍼지고 있다. OECD 국가의 부채 수준은 2014년 GDP의 12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노조는 공공노조의 집회에 동참을 꺼리는 일이 많다. 최근 조사 결과 그리스 국민 65%가 공공 근로자라도 직업보장을 해줘선 안 된다고 응답할 정도로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공공 부문 개혁 성공을 점치기도 쉽지 않다. 공공노조가 누린 임금과 연금 등에서의 혜택은 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일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공노조가 구축한 막강한 권력까지 개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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