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구하느라 온 유럽을 다 뒤졌다”… 농식품부 백신 확보 뒷 얘기
상태바
“백신 구하느라 온 유럽을 다 뒤졌다”… 농식품부 백신 확보 뒷 얘기
  • 이선주 기자
  • 승인 2011.01.19 2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신을 구하느라 온 유럽을 다 뒤졌다."

구제역 방역의 최종 수단으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전국의 모든 소와 돼지에 백신 접종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1,000만두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한 달만에 대량의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고, 관련 공무원과 재외 공관이 모두 나선 총력전 때문에 가능했다.

농식품부는 백신 카드를 꺼낸 건 지난해 12월23일. 그러나 확보된 물량은 소, 돼지 겸용의 백신 30만두에 불과했다. 1,000만두가 넘는 전국의 우제류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긴급 확보작전이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재외 공관에 공문을 보내 해당국 비축 물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먼저 유럽연합(EU)이 200만두를 확보 중이라는 희소식이 들어 왔으나 곧바로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이달 5일 EU 회원국 불가리아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EU가 '공급 불가'라고 알려왔다. 이달 중순에는 이스라엘에 18만9,000두 분량이 비축된 게 확인됐으나, 불행히도 그 지역에 많은 양(羊)에게 적합한 백신으로 밝혀졌다. 돼지 접종도 가능하지만, '방역체계에 혼선을 줄 수 있다'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비축물량 확보가 물건너 가면서 당국은 곧바로 정공법을 택했다. 다국적 백신 제조회사 인터벡트와 메리알 두 곳에 긴급하게 공급을 요청해 19일 현재 520만두 분량을 들여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당초 '단기간 대량 생산이 힘들다'는 입장이었으나, 관련 인맥을 동원해 주당 100만두 분량 생산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620만두 분량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전국의 모든 우제류에 대한 접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8일 현재 소의 경우 접종대상 358만두 가운데 332만두(93%)가 접종을 끝냈으며, 돼지도 먼저 접종을 시작한 종돈은 접종 대상 79만두 가운데 67만두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쳤고 양돈 909만두에 대한 접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보다 면밀한 백신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제역을 백신 접종으로 대응키로 한 만큼 비축 물량도 늘리고, 다양한 공급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태국이나 대만 등 구제역을 겪은 일부 국가는 구제역 백신을 대량으로 제조하는 시설을 만들었다"며 "우리도 국내 제조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