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작전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
상태바
아덴만 여명작전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
  • 임종성 기자
  • 승인 2011.01.30 2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이 내 조국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습니다.”

2009년 10월 9일 청해부대 2진 해군 대조영함의 호송작전 덕에 아덴만을 안전하게 항해한 한국 상선 ‘오키드 오션호’ 선장이 해군에 보낸 감사 편지 내용 중 한 구절이다. 청해부대에는 이처럼 호송작전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민간 선박들의 서신과 팩스·메일이 쇄도하고 있다.

▲ 청해부대 1진으로 파병된 문무대왕함이 2009년 4월 민간 선박을 호송하며 안전한 항해를 지원하고 있다.

 

▶근접 호송

이번 ‘아덴만 여명작전’의 성공을 통해 청해부대의 활동상이 새삼 국민들로부터 주목받게 됐지만 그동안 청해부대는 근접 호송작전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거둬 왔다. 2009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청해부대 1진부터 6진까지 해군의 구축함들이 우리나라 선박을 아덴만에서 근접호송한 실적은 240회를 넘나든다.

외국선박의 호송동행 실적도 500여 회에 달한다. 호송작전 1회당 적게는 2~3척부터 많게는 20여 척의 상선을 호송하게 되므로 척수로 따지는 호송실적은 천 단위를 훌쩍 넘긴 상태. 여기에 통신으로 주변 해적 상황을 알려주는 등 안전항해를 지원한 실적은 국내외 선박을 합쳐 1500여 회에 달한다.

청해부대는 해적에게 납치된 우리 선박과 선원을 구출하는 매우 어려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서야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됐다. 하지만 해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근접호송작전도 그 중요성은 덜하지 않다. 해적들의 납치 시도를 사전에 막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근접호송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자명해진다.

근접호송작전이란 지부티와 오만 살랄라 사이의 아덴만 해역을 민간 상선이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군함이 근거리에서 따라가면서 보호하는 작전을 뜻한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때 수송선단을 구축함들이 보호하듯이 현재 아덴만에서는 청해부대 소속 해군 구축함을 비롯한 세계 각국 군함들이 선단을 구성한 상선들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해적 퇴치

물론 호송작전만으로 완벽하게 상선들을 보호할 수는 없다. 상선이 선단에 포함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동하다 해적에게 공격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청해부대는 이처럼 상선이 해적의 추격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도움의 손길을 펼쳤다.

2009년 4월 17일. 청해부대 1진의 문무대왕함은 덴마크 국적 2120톤급 상선 퓨마 호가 해적에게 쫓기고 있다는 무전 연락을 받은 후 즉각 링스 헬기를 출격, 위협 비행으로 해적들의 납치 기도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같은 해 5월 4일에는 더욱 감동적인 소식이 국민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해적들에게 위협 당해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북한 6399톤급 철강운반선 다박솔호를 문무대왕함이 나서 구해준 것. 이후 다박솔호의 북한 선원들은 1분45초 동안 진행된 세 차례 교신에서 모두 네 차례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임무를 교대한 2진 대조영함의 성과도 화려했다. 2009년 8월 26일 청해부대는 이탈리아 선적 화물선 서던크로스 호를 구조했다. 특히 같은 해 9월 19일 사이프러스선적 화물선 등 3척을 구조하고 해적들에게 납치됐던 예멘 어선 1척을 구한 작전은 청해부대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양안보작전을 수행 중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51연합기동부대(CTF151) 사령관인 미 해군 스콧 샌더즈 제독은 청해부대 2진의 작전에 대해 “연합해군사 대해적 작전의 최대 성과 중 하나”라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청해부대의 활약상은 이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도움받는 나라’에서 ‘도움주는 나라’로 바뀌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 생생한 실례인 셈이다.

 

2010년 2월에도 홍콩 상선에 접근하는 해적을 퇴치하는 등 청해부대의 해적 퇴치 실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상선을 위협하거나 해적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퇴치한 사례는 합참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청해부대 1진부터 5진까지 12회에 달한다. 여기에 이번에 몽골 선박 납치 시도를 차단한 사례 등을 포함하면 해적 퇴치 횟수는 13·14회로 집계할 수도 있다.

해적들은 납치 시도가 성공하기 전에 군함이 단속에 나서면 무기를 버려 증거를 인멸하기 때문에 해적 압송·처벌 단계까지 간 사례는 드물었지만, 이런 해적 퇴치 임무들도 위험 직전 상황에서 민간 선박을 구조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국격 상승

정부가 청해부대의 파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한 요소 중에 하나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였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국제적 비중이 높아진 우리나라가 국제적 이슈인 해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은 나라의 격을 생각할 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

청해부대는 파병 이후 이 같은 국가적 차원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해 왔다. 청해부대 1진이 처음으로 해적을 퇴치할 때 도움을 받은 상선 퓨마 호는 덴마크 선적이었다. 우리나라 상선이 아닌 제3국 상선의 안전을 지원하는 것은 그만큼 국격을 높이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청해부대는 근접호송작전에서도 우리나라와 외국 선박을 차별없이 모두 보호해 주고 있다. 한국 해군의 치밀하고 친절한 임무수행 덕에 외국 상선이면서도 한국 해군의 근접호송작전 일정에 맞춰 아덴만을 통과하도록 하는 외국 선박회사가 있을 정도로 청해부대의 명성이 높다. 이런 활동 또한 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리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라는 점에서 숫자로 계량화할 수는 없어도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아덴만 여명작전’의 성공은 국격 상승의 완성판이라고 할만하다. 지난 21일 한국 해군이 해적을 공격해 삼호주얼리호를 안전하게 구출한 사실을 전하는 외신 뉴스가 미국 야후 홈페이지에 떴을 때 달린 세계 각국 사람들의 댓글은 무려 1만 개가 넘었다. 그중 대부분은 어려운 작전을 성공시킨 한국과 한국 해군을 칭찬하는 댓글이었다.

‘해적이나 테러집단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바람직하지만 그 원칙을 실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기에 우리 정부의 용기있는 결단과 청해부대의 완벽한 임무수행에 뜨거운 찬사가 쏟아진 것이다.

특히 한국이 지구 반대편 지역에 현대식 군함을 보내 해적으로부터 인질을 구출할 수 있는 국력을 가진 나라임을 세계 각국에 알렸다는 점에서 이번 ‘아덴만 여명작전’은 경제적 실적과 스포츠 위주의 국가 홍보와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청해부대의 임무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