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설이 바짝 다가왔다. 치솟는 물가, 교통문제 등은 평소와 다를 바 없다 해도 이번 설 앞에는 유난히 많은 감염질환이 진을 치고 있는 탓이다. 인체 감염 위험은 없다지만 구제역 기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고,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와 신종 플루에 독감까지 기승이다. 그렇다고 설 연휴에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별 탈 없이 건강하게, 그러면서도 가족들과 친밀하게 설 명절을 지낼 수 있을까.
◇바이러스 감염 질환을 주의하자=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지금은 무엇보다 감기와 독감, 그리고 장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라며 “노약자들은 면역력 저하로 바이러스 공격에 무력하게 당하지 않도록 보온과 섭생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설 연휴 건강 지키기의 첫 걸음은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차단에 실패하면 하찮아 보이는 감기는 물론 자칫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독감으로 설 연휴 기간 내내 고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있도록, 수시로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손을 씻을 때에는 흐르는 물에 15초 이상 씻도록 하고, 물로만 씻기보다는 비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손가락 사이나 손톱 밑 등 소홀하기 쉬운 부분까지 꼼꼼하게 씻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손으로 눈, 코, 입을 자주 만지지 않는 것이 좋으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각종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며, 사용한 휴지는 바로 휴지통에 버린다.
◇겨울철 식중독(장염)을 경계하자=식중독, 즉 장염은 더운 날씨로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겨울철에도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식중독의 대표적인 병원체는 노로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을수록 오래 살아남고 전염력도 강해 쉽게 전파되는 게 특징이다. 양지병원 김상일 원장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영유아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고열과 함께 복통 설사 등의 심각한 장염 증상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젖먹이 아기가 있는 가정은 로타바이러스도 경계해야 한다. 로타바이러스는 6∼24개월 유아에게 장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병원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5세 이전에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전염력이 강하다. 감염 시 발열,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중증 탈수로 이어져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만약 어린이가 설사를 하는 등 장염 증상을 보일 때는 먼저 탈수를 막기 위해 따스한 보리차 등을 수시로, 충분히 먹여야 한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며 손 씻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동생활수칙을 만들어 실천하자=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설날과 같은 명절에는 여러 가족이 모이는 만큼 공동생활수칙을 정해놓고 지키는 것도 각종 감염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가족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서로 방심하다가 바이러스 또는 세균에 감염돼 건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생활수칙으로는 △실내에서는 무조건 금연 △아이들 취침시간 정해 준수 △아침식사는 모두 다같이 △개인 수건 따로 사용하기 △뽀뽀하지 않기 △식사 후 함께 체조하기 등 평상시 건강과 규칙적인 생활습관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심한 감기 증상이나 기타 전염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가족 중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65세 이상, 영·유아, 임산부, 만성질환자 등)과의 접촉을 삼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휴 중 환자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응급실이 있는 가까운 병원과 365일 문을 여는 약국의 위치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당직 약국 정보는 대한약사회 홈페이지에서 지역별로 찾아볼 수 있다.
